뇌전증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계시는 분들 혹은 부모님들 계실 것입니다. 저 또한 뇌전증을 앓았던 자녀를 둔 부모로서 그 고통에 대해 심히 공감하는 바 인데요. 아이가 겪었던 힘들었던 과정을 공유함으로서 뇌전증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계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뇌전증
뇌전증은 예전에 간질이라고 불리우던 질환입니다. 제 주변에도 뇌전증이라고 하면 잘 몰라도 간질이라고 하면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요. 이러한 간질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뇌전증이라는 용어로 변경이 된 상태입니다.
뇌전증의 원인은 확실하지가 않기 때문에 더욱 답답한데요. 뇌전증이 무섭고 답답한 이유는 이유도 모른채 발작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발작이라고 해서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듯한 심한 발작 이외에도 발작이 일어났는지 모르게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쪽 전문가도 아닌데다가 이번 글의 목적은 제가 경험하였던 아이의 증상에 대한 공유 차원에서 작성하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뇌전증이 의심되기 시작한 증상일지
아래는 부모인 제가 아이의 증상을 글로서 기록해 놓은 일지입니다. 이렇게 기록해 놓은 것을 서울대학교 병원 진료를 볼 때 가져가서 진료를 보고 약 처방을 받았습니다.
# 2018년 여름
자주 머리가 아프다고 하여 00병원에서 CT촬영, 00영상의학과에서 MRI 촬영하였으나 아무런 이상 없다는 소견 들었음. 00동에 있는 00한의원에서 담궐두통(소화기 장애로 인한 두통이라 함) 진단 받고 약 복용 후 치유되었음
# 2019년 4~5월 경
아빠와 함께 야구 캐치볼을 자주 함. 공이 뒤로 빠져서 주으러 가던 중 공을 바로 앞에 두고 갑자기 뒤돌아서서 약 5초 정도 반대편으로 걸어옴.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잠깐 ‘다른 생각’ 했다고 말하였음. 처음으로 이상하다고 느꼈음. 이날 이후 크게 인지하지 못하였고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던 것 같음
# 2019년 8월 경
캐치볼을 할 때마다 위와 같은 증상을 보임. 30분 정도 운동을 한다고 하면 1번 정도는 위와 같은 증상을 보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었음. 그 이후 9월에도 2번 정도 증상을 보임. 캐치볼 이외의 상황에서는 인지하지 못함.
# 2019년 10월 5일
첫째 주 주말에 1박 2일 장거리 여행을 다녀옴. 집 도착 시간 오후 5시경. 아이와 함께 나가 캐치볼을 하였음. 마찬가지로 공을 주으러 가던 중 5초 정도 공이 없는 다른 곳을 향하여 걸어감. 그 순간에는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걸어감. 왜 그러냐고 물으니 마찬가지로 ‘다른 생각’을 하였다고 함.
저녁 시간에 밥을 먹는 도중 갑자기 멍한 증상 보임. 불러도 대답하지 못함. 아이 엄마가 볼을 감싸니 정신을 차렸음. 이상함을 느끼고 학교에서도 그러냐고 물어보니 가끔 선생님이 불러도 대답하지 못하였다고 말함. 친구들과 놀다가도 친구들이 왜 그러냐고 물은 적도 있었다고 함.
# 2019년 10월 9일
아침 9시 10분 경 캐치볼 도중 증상 나타남.
오후 2시경, 동일 증상 발현
# 2019년 10월 10일
퇴근 후 아이와 바둑을 두는데 아이 차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행동 하지 않음. 이름 부르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니 약 5~10초 정도 멍한 후 정신을 차리고 살짝 웃으며 ‘나 할게’라고 말하며 계속함.
약 30분 정도 놀이하는 동안 2번의 증상 발현됨.
멍한 상태 중일 때는 입이 약간 실룩 거리는 모습도 보였던 것 같음(확실치 않음)
# 2019년 10월 12일
저녁 먹던 중 약 5초 정도 불러도 대답 없는 상황 나타남.
# 2019년 10월 13일
차 타고 이동 중 멍한 증상 나타남.
# 2019년 10월 20일
친구들과 생일 파티 중 케이크의 촛불을 불고 얼마 후 친구들이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못하는 멍한 증상 나타남. 그 당시 나무젓가락을 만지작 거리는 모습이 관찰됨
# 2019년 10월 21일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신경과에서 김기중 교수님 진료봄. 뇌파 검사 실시. 각성 상태, 불빛 보는 도중 검사, 과호흡 검사, 수면 검사 실시하였음. 뇌파 판독 후 약을 먹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자론티 연질 캡슐을 20일분 처방 받음. 하루 1알, 오전 식사 후 복용.
# 2019년 10월 22일
저녁 식사 후 엄마와 함께 놀던 중 갑자기 입이 씰룩씰룩 하면서 증상 나타남. 엄마 말에 의하면 멍한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 예전보다 시간이 좀 증가된 것 같다는 말을 하였음
# 2019년 10월 23일
약에 대한 부작용이 무서워 지금까지 미루고 있다가 내일부터 먹이기로 결정함
# 2019년 10월 24일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약을 먹이는 것이 좋다고 함. 그래서 오전 7시 50분을 약 먹이는 시간으로 정하고 처음으로 약 복용함. 하루 종일 관찰하고 물어본 결과 예전과 같이 멍한 증상은 없었다고 함. 하지만, 본인이 알지 못하게 지나갔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함.
# 2019년 10월 25일
25일 새벽에 소변을 본다고 일어났는데 화장실 불이 밝아 눈부시니 켜지 말고 바깥 불만 켜달라고 말함. 오전 7시 50분에 약 2일째 복용함.
평소 저녁에 잘 때에도 매일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야 할 정도로 열이 많고 숙면을 취하지 못함. 부모가 경험한 느낌상 아침 시간 보다는 저녁 시간에 증상이 많이 발현되는 것 같음. 아이 본인도 그 증상에 대하여 인지하고 있음. 병원가서 진료를 받아보자고 말하니 못고치는 병이면 어떡하냐라는 말을 하였음. 인터넷을 통해 증상에 대해 알아보니 동영상으로 증상을 남겨놓는 것이 좋다고 하여 시도하였으나 아이가 너무 싫어하여 촬영하지 못함.
병원에서의 치료 과정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 신경과에 내원하고 뇌파검사한 후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사실 병원에서 하는 치료는 약 처방 이외에는 특별히 해줄만한 치료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또한 여기저기 뇌전증에 대해 알아보면 아주 심한 경우 입원 치료는 물론 수술적 치료까지 해야하는 경우들도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어서 약만 처방 받은 것 같습니다.
처음 처방 받은 약 이름이 자론티라는 뇌전증 약인데요. 이 약을 20일 분 처방을 받았습니다. 20일 분만 처방을 받은 이유는 뇌전증 약이 너무 많기도 한데다가 약의 효과가 없을수도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짧게 복용하고 증상 발현 및 부작용 등을 살펴보고 약을 지속할지 바꿀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아이의 경우 약의 부작용은 없었고 약을 복용하기 전에 부모들이 발견하였던 다양한 증상들이 발견되지 않아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처방 받은 약을 2년 동안 복용하였고, 그 사이사이 병원에 내원하여 뇌파 검사를 꾸준히 진행하였습니다.
2년 복용 후 뇌파 검사에서 뇌전증을 판단할 수 있는 파형이 발견되지 않아 약을 줄였습니다. 매일 복용하던 약을 이틀에 한번 먹었고 그 이후로도 점차적으로 약을 조금씩 줄였습니다. 다행히 지금 현재는 약을 끊은 상태이지만 1년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뇌파 검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약 중단 후 발작 증상은?
약을 먹이는 동안 아이도 부모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약 먹는 시간을 되도록이면 일정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하여 매일 칼같이 지키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맞추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자던 아이를 깨워서 먹였던 적도 있었고, 약을 집에두고 외박을 해서 조마조마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모든 약이 그러하듯 약의 부작용들을 보다보면 쉽게 먹이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감기약 같은 것도 아니고 소수의 사람들만 먹게되는 뇌전증 약의 부작용을 본다면 더더욱 먹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아이의 멍한 상태가 나타나는 증상을 보고 있노라면 하루라도 빨리 먹여서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은 먹이게 되었습니다. 주변 지인 중 의사들이 하는 말 중에 발작 증상이 약해서 지금 고민하는 것이지 심한 발작일 경우에는 고민조차 안하고 바로 먹인다고 하더라고요. 증상의 차이일 뿐 발작이 나타나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에 결국 먹이게 되었습니다.
약을 몇 년 동안 먹인 결과 지금은 아주 건강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번 11월에도 병원에 방문하여 뇌파 검사를 진행해야 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발작 증상이 한번도 없었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완치’라는 판정을 언제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저와 제 아이가 경험하였던 뇌전증 증상에 대한 일지 공유와 약 복용 후 상태에 대해 공유해드렸습니다. 뇌전증 아이를 두고 있는 부모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공감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글을 통해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뇌전증을 앓고 계시는 분들이나 부모님들. 포기하지 마시고 힘내셔서 꼭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끝.
함께 보면 좋은 글
✔ 일어나 걷기 검사(Timed up and go test; TUGT) 종류 및 방법 알아보기
✔ 등산 중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 및 신고하는 방법(국가지점번호)
✔ 우울증 자가진단검사 (Beck Depression Inventory) 알아보기
✔ Functional Balance Grade에 대해 알아보기